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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경향잡지] 서울 교정사목위원회‘평화의집’...

교육홍보 2009-10-29 조회  2613

[진리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 '경향잡지' 2009년 10월호 통권1699호 기사내용입니다. 첨부파일을 통해 기사내용을 이미지로 보실 수 있습니다.]

4page 가서 보니│글·사진 김민수 기자 yesican@cbck.or.kr

서울 교정사목위원회‘평화의집’ · ‘기쁨과희망은행’

출소자들에게 희망을 !

해마다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사람들은 10만여 명. 이 가운데 52.3%가 다시 교도소로 돌아간다. 사회에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출소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구직이다. 전과 사실 공개, 사회변화 적응, 가족관계 회복, 숙식 해결 등이 그 뒤를 따른다. 하지만 숙식 등을 제공받으며 일정 기간 보호받는 출소자의 재범률은 평균 0.5%에 불과하다.

교정사목,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교정사목은“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주었다.” 라는 성경 말씀대로 감옥에 갇힌 이들, 출소한 이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출소자에게 너무 냉혹하다. 그들을 범죄자로만 규정하여 사회와 격리시키고 마음의 벽을 높이 쌓는다. 감옥 안에서 아무리 개과천선하여 건전한 사회인이 되려 해도 좀처럼 자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순간의 실수로 감옥생활을 한 재소자들이 출소 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회의 냉대와 따돌림이다. 한 번 전과자로 낙인찍힌 출소자들이 스스로 자립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갈 곳은 없고 취직은 어렵고 먹고 살기 힘들 때 범죄의 유혹은 언제나 주변에서 도사린다. 연고자나 돌봐줄 가족조차 없는 출소자들은 더 심각해 재범, 3범의 비율이 높다. 이런 사회환경에서 아무리 열심히 교정사목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영우 토마스 신부는 “교정사목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의미있는 일” 이라며“한 자락희망이 없는 이들에게 희망을 나누어주는 역할을 멈추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빈곤, 폭력, 결손가정, 무책임한 부모 등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일반인들이 감당하기 힘들고 상상하기 쉽지 않은 사연들을 간직한 이들이 많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인 동시에 가정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버림받은 피해자들이기도 하다. 출소자들이 악순환을 끊어버리고 이웃으로 더불어 살게 하려면 그들을 신뢰하고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정 기간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사회에 복귀해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출소자들의 보금자리‘평화의집’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있는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 교정사목 센터. 이 건물 3층에‘평화의집’ 이 있다. 출소자 가운데 의탁할 곳이 마땅치 않은 이들이 직업을 구하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자립의 꿈을 키워가는 보금자리다. 이곳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출소자는 15명. 해마다 20-30여 명이 머물다 가는데, 지금은 수형 이유도 기간도 나이도 다른 5명이 김성재 프란치스코 실장, 신학생 한 명과 함께 가족처럼 살고
있다. 평화의집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지만 김성재 실장이 강조하는 것은 귀가가 늦을 경우 꼭 전화를 해달라는 것뿐이다. ‘무슨 일’ 이 있을까 걱정해서다. 늦게 귀가하는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한 가족입니다.”이 안드레아(52세) 씨도 5명이 형, 동생 하며 서로 의지하며 산다고 했다. “지금은 이곳이 우리들의 가정입니다. 늦게까지 안 들어오면 왜 안 들어오나 염려하고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죠.”
22년 동안 이른바‘학교’ (교도소) 에서 살다 온 우 마카리오(46세) 씨는“여기 가족들은 선택받은 사람들, 축복받은 사람들” 이라고 했다. 그이는 지하철 안에서 물건을 팔면서 자활의 꿈을 꾼다. 직장은 꿈도 못 꾼다. 범죄자라고 받아주지도 않고 받아주는 곳은 대부분 3D업종이라 건강이 좋지 않아 힘든 일은 못한다. 체력도 안 되고 인내심도 부족하고 사람들의 눈초리를 견디지 못한다. 형사들은 소매치기 전력이 있는 그이에게 지하철에서‘야당’ (형사
앞잡이) 하라고 유혹(?) 한다. 그러면 장사하는 것을 봐주겠다고. 11년을 복역한 김 마르코(39세)씨는 여기 온 것이 행운이라 했다. “(여기) 안 왔으면 또 (교도소) 갔을 겁니다.”2001년 죄책감에 시달리다 미사에 참석해 마음속에 있는 것을 다 끄집어내 하느님께 편지를 써 봉헌한 뒤 마음이 평온해졌다는 그이는, “선한 마음이 자리를 잡은 이상 다시는 어둠에 물들지 않을 것” 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회는 그렇게 평온하지 않다. 창호기술과 가구 제작을
배우고, 기능사 1급 자격증도 땄지만 사회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 ‘감방 갔다 왔다’ 는 것 때문에 취직도 안 되지만 실생활에 쓰일 수도 없는 자격증이라는 것. 그이도 지금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트럭을 한 대 사 양말 도매업을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서….

출소자의 희망‘기쁨과희망은행’

출소자들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을 끊고, 희망을 갖고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도와주고 함께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기쁨과희망은행’ 이다. 기쁨과희망은행은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서 세계 최초로 설립한 출소자들에 대한 무담보 소액신용대출기관이다. 자본금은 개인과 기업의 후원금을 모았다. 출소한 지 3년 이내의 출소자에게 창업할‘종자돈’ 으로 기본1천만 원, 최대 2천만 원까지 빌려준다. 이자율은 연 2%, 6개월 거치 54개월 원리금 균등 상환하면 된다.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인을 세우라고 하는 일은 없다. 조건이 있다면 시장조사와 좋은 점포 자리 찾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2주 동안의 창업교육을 마쳐야 하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뒤 현장 실사를 통과해야 한다. 2008년 7월 첫 수혜자가 대출을 받은 뒤 지금까지 21명이 당당히(?) 계약을 맺고 대출을 받아 창업을 했다. 꽃이나 과일을 파는 노점상이나 음식점, 양말가게, 치킨집, 구두 수선점을 차린 경우도 있지만 인테리어, 스튜디오, 방수처리 전문 사업매장 등 좀 더 전문적인 업종도 있다. 한 대출자는“대출자로 선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을 때가 제일 기뻤다.” 며 천주교에서 인정해 주니 가족들도 인정해 주고 자신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삶의 발판이 마련되었다며“이 돈은 절대 떼어먹지 않겠다.” 고 했다. 또 어떤 이는“사회에서 소외된 이들과 조금이라도 나누는 삶을 살겠다.” 고 했다. 출소자들이 기쁨을 찾는 날까지 지난 9월 7일 기쁨과희망은행의 네 번째 창업교육이 열리던 날 하늘은 흐렸고 비도 내렸다. 30여 명의 참석자들의 얼굴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날씨만큼이나 흐렸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누가 우리들에게 돈을 빌려주겠습니까. 이처럼 믿어주고 힘이 되어주려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저희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교육에 참가한 한 출소자는“여기 오기 전에는 20%의 가능성을 생각했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50%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나머지는 제 의지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라며“제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성실하게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입니다.” 라고 했다. “은행이 성공할 것 같아요? 실패할 것 같아요?”이영우 신부가 창업교육에 온 이들에게 물었다. “성공할 겁니다.” 라는 답이 크게 들렸다. 2년 전 기쁨과희망은행을 설립하기 전 재소자들에게 물었을 땐 대부분“실패합니다.” 라고 대답했었다. 아마도“꼭 성공해야만 한다. 꼭 성공하고야 말 것이다.” 란 바람이 섞여있는 답이 아닐까. 사회는 출소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이를 깰 수 있는 것은 그들 스스로 노력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주어야 한다. 세상에는‘희망’ 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출소자들이 그 희망이란 단어를 통해 다시 삶의 기쁨을 찾는 날까지 희망의 싹을 키워주어야 한다. 신뢰를 갖고 밀어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사회교정사목위원회 2층 층계를 오르다 보면 렘브란트의‘돌아온 탕자’그림이 걸려있다. 출소자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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