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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이 죄인을 당신 도구로 써 주소서”

교육홍보 2010-04-09 조회  2658

가톨릭신문 2010년 03월 28일[제2690호, 1면]자 기사내용입니다.

사형수에서 감형 … 특사로 출소한 어느 사형수의 고백

“이 죄인을 당신 도구로 써 주소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요아킴에게 사회는 철퇴를 내렸습니다. ‘사형선고’. 죽음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구원사업은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사형수에서 무기수로, 그리고 20년수로 감형되고, 결국 지난 3월 1일 특사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세상은 단죄했지만, 하느님은 구원했습니다. 죄인은 회개했고, 빛을 보았습니다. 사형이 집행됐다면 죄를 기워 갚을 보속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뻔 했습니다. 가톨릭신문이 부활의 기쁨을 체험한, 부활을 살아가는 한 감형 사형수의 수기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세례명(요아킴)만 밝히는 점을 양해 바랍니다.

절망의 쓴잔을 무수히 삼켰습니다. 초라한 푸른 수의를 입고 작은 골방에 웅크리고 앉아 철창 너머 조각난 하늘을 훔쳐봤습니다. 날아가는 비둘기의 날갯짓을 볼 때면 차라리 ‘자유’란 말을 잊고 싶었습니다.

만약 그때 저 요아킴이 흉악한 살인범이란 죄명을 끌어안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면 어떠했을까요. ‘죽음’의 깊은 수렁으로 영원히 빠져버렸다면 어떠했을까요.

지금도 20년 전, 죽음의 늪지대에 살던 사형수 시절을 잊지 못합니다. 수갑을 찬 두 손으로 어설프게 묵주알을 굴리며 피눈물로 기도하던 밤과 낮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 번 살려주시기만 한다면 목숨을 다해 하느님을 흠숭하며, 하느님의 영광만을 위해 살겠노라 약속했습니다.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을 참 천주로 받아들이고 그분의 사랑을 실천하는 삶이 진정한 삶이란 것을 말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사형수라는 꼬리표를 떼던 날 새벽 무지개 꿈을 꾸었습니다. 죽지 않고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살아있음’ 그 자체가 얼마나 큰 하느님의 은총인지요. 내 온몸의 세포와 근육을 가로지르는 핏줄, 쿵쾅거리며 뛰고 있는 심장 박동소리를 들을 때마다 주님을 향한 감사의 송가가 터져나옵니다.

죄악의 사슬에서 벗어나기까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지만 그 긴 시간은 오히려 은혜로운 생명의 시간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를 당신의 도구로 쓰시고자 담장이라는 시련의 용광로에서 저를 단련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담장 안에서 저는 진정으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마음에 차고 넘치는 이 큰 죄인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제 저 요아킴은 하느님께서 저를 통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리라는 것을 굳게 믿습니다. 저는 그분의 작은 도구입니다. 남은 생을 복음 선교에 헌신할 것입니다. 저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나타낼 수만 있다면 언제 어떤 자리에 서든 행복할 것입니다.

“삼위일체이시며 영원히 살아계시는 주님! 저를 당신의 작은 도구로 써 주소서. 당신은 저의 희망이시고 기쁨이시며, 저의 모든 것이시기 때문입니다. 아멘.”

정리 임양미 기자 (sophi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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