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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인권] 형법개정안 보호감호의 부활을 어떻게

홍보부 2011-06-09 조회  1941

[교회와인권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 2011년 5월 20일[180호] 에 실린 기사내용입니다.]


이호중(천주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hrc@chol.com

법무부는 지난 몇 년간 자문기구인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마련한 형법개정안을 2011년 3월 25일 국회에 제출하였다. 개정의 핵심은 보호감호의 재도입 등 보안처분의 확대에 있다. 형법개정안은 상습범 및 누범가중 규정을 모두 삭제하는 대신에, “위험한 강력범죄자로부터의 사회방위”를 목표로 보안처분제도를 정비하여 형법에 편입하는 것으로 하였으며, 보안처분의 종류로 “보호감호, 치료감호, 보호관찰”을 규정하고 있다. ‘치료감호’는 현행 치료감호법에 규정된 내용을 형법에 편입하는 것이지만, ‘보호감호’는 폐지된 지 6년 만에 “부활”되는 것이고, ‘보호관찰’은 현재보다 대폭적인 “확대”가 예고되어 있다.

교묘한 기만술

개정안에서는 보호감호라는 용어를 ‘보호수용’으로 변경하였다. 새로 도입될 보호감호제는 과거의 보호감호제와 다른 ‘신개념 보호감호’라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내용이나 실질은 과거의 보호감호제와 다를 것이 없어 명칭변경은 교묘한 기만술에 불과하다.

보호감호는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를 징역형 집행 후에 일정 기간 동안(개정안에서는 7년) 계속 구금함으로써 사회방위를 도모하고자 하는 보안처분의 전형이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처음 도입된 제도인데, 도입 이후 25년간 끊임없이 반인권적 처우와 이중처벌의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키다가 2005년 8월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폐지된 바 있다.

보호감호를 폐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보호감호가 실제로는 징역형과 동일하여 ‘사실상의 이중처벌’에 해당한다는 인권법적 문제의식이었고, 다른 하나는 보호감호제가 재범의 예방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제도였기 때문이다. 보호감호제도가 우리 사회의 범죄예방에 현격하게 기여하여 더 이상 보호감호제도가 필요 없을 정도로 범죄사정이 좋아졌기 때문이 결코 아니었다. 보호감호는 재범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 제도였을 뿐만 아니라, 징역형과 다를 바 없는 사실상의 이중처벌이며 따라서 반인권적인 형벌제도이기 때문에 폐지된 것이다. 범죄예방을 빌미로 하여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비판적 문제의식이 보호감호의 폐지를 일구어낸 것이다. 그러므로 보호감호의 폐지라는 역사적 경험 속에는 반인권적 형벌정책에 대한 뼈아픈 성찰의 의미가 담겨 있다.

2005년 당시 국회는 보호감호의 폐지이유를 다음과 같이 천명한 바 있다 :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처분은 피감호자 입장에서는 이중처벌적인 기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집행실태도 구금위주의 형벌과 다름없이 시행되고 있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고, 사회보호법 자체도 지난 권위주의시대에 사회방위라는 목적으로 제정한 것으로, 위험한 전과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보안처분에 치중하고 있어 위헌적인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를 폐지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려고 한다.」

한편, 2010년 9월 30일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2005년 폐지되기 전의 보호감호제는 제도를 징역형과 똑같은 방식으로 집행해 이중처벌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다시 도입될 보호감호제는 특정 강력 범죄자의 경우 사회에 나오면 흉기처럼 위험하니 일정한 시설 안에 가둬둔다는 측면이 강하다. 대신 시설 내에서는 징역과 달리 좀 더 자유를 준다는 것이다.」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위험한 전과자를 흉기에 비유하면서, 그들을 사회로부터 엄중격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징역형에 연이은 추가구금으로서 보호감호”를 다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보호감호의 집행 동안에는 생활상의 자유를 조금 더 보장해 주겠다고 한다. 면회시간을 조금 더 늘려주고 물품사용을 조금 더 확대해 준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구금에 의한 전면적인 자유박탈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징역형과 보호감호는 동일한데도, 징역형에 연이어 엄정구금하면서 단지 보호감호 수용자에 대해 구금시설 안에서 물품사용을 좀 더 허용해 주면 보호감호의 반인권성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보호감호의 부활을 주도하는 법무부장관은 보호감호의 폐지라는 역사적 결단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형벌정책의 수장으로서 인권의 관념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강성 형벌정책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는가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몇 건의 흉악한 아동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치안 욕구가 증대하였고 위험한 강력범죄자에 대한 사회격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 보호감호의 재도입을 추진하는 현실적인 배경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범죄통계상으로 2005년 보호감호제의 폐지 이후에 강력범죄가 특별히 급증했다는 증거는 없다. 강력범죄는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보호감호제가 존재했던 과거에도 그러하였고 특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2009년 이후 강력범죄의 증가율이 다소 높게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는 경제위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말 IMF 사태 직후인 1999, 2000년에도 범죄율이 여느 때보다 높았었다. 결국 2005년 이후에 우리 사회가 보호감호제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할 정도로 치안이 불안해졌다는 증거는 없다.

그럼에도 치안불안을 호소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최근 수년 사이에 위험한 범죄자의 격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강성 형벌정책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2010년 4월 15일 형법이 개정되어 징역형의 상한이 무려 30년(가중하면 50년)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전자발찌라든가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 감시와 통제를 목적으로 한 형사제재들이 속속 도입되었다. 이러한 형벌제도의 변화 양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위험한 범죄자의 장기간 사회격리”, 그리고 “각개격파식 무력화전략”,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형벌정책을 관통하는 목적이자 기능이다. 보호감호의 재도입도 그 연장선에서 강성 형벌정책의 부흥이라는 맥락 속에 놓여 있다. 보호감호의 실질적인 기능은 일정한 부류의 범죄자들에게 ‘위험한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 그들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키는데 있는 만큼, 이를 “형벌정책의 강성화”의 맥락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물론 위험한 범죄자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범죄예방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수단이 적절한가에 있다. 세상 어느 나라도 범죄자의 장기간 격리와 통제를 위주로 한 강성 형벌정책으로 범죄를 다스린 나라는 없다. 예를 들어, 사형이나 보호감호, 전자발찌 등의 가혹한 형사제재를 부과하여 위험한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킨다고 해도 제2, 제3의 흉악범이 나올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현실을 외면한 채로는 범죄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강성 형벌정책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인데,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강력범죄로 가장 몸살을 앓고 있는 국가이며, 강성 형벌정책이 강력범죄율을 감소시켰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범죄자를 위험한 인물로 낙인찍어 장기간 혹은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자 하는 강성 형벌정책이 결코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역사적, 현실적인 경험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위험한 범죄자에 대해 집중적인 교정교화처우를 실시하기 위해서 보호감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보호감호의 본질, 즉 반인권적인 엄정구금정책임을 은폐하는 주장일 뿐만 아니라, 그 주장 자체에도 엄청난 모순이 있다. 교정교화 처우는 교도소에서 실시하면 된다. 행형법은 징역형 집행의 목적이 바로 교정교화와 사회복귀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교정프로그램은 징역형 단계에서도 얼마든지 투입할 수 있고 또한 그래야 마땅하다. 교정교화프로그램을 실시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위해 보호감호라는 보안처분이 별도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도소에서 징역형의 집행 중에 효과적인 교정처우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고민해야 한다. 교정처우프로그램은 이른 시점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보호감호의 집행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징역형 집행단계에서 효과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대폭적으로 투입해야 할 것이다. ‘징역형을 일단 다 복역한 후에 보호감호의 집행단계에서 전문적인 교정처우를 실시하겠다’는 발상은 교도소의 교정기능을 말살시키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교정처우의 투입시점을 그렇게 늦추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보호감호의 재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더 나아가서 사회격리를 목표로 한 강성 형벌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마치 치안불안을 방관하는 무책임한 주장인 양 오해되어서는 곤란하다. 위험한 범죄자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우리는 다각도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히려 징역형 집행의 과감한 개혁, 즉 징역형 행형단계에서 전문적이고 효과 있는 교정교화처우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적, 경제적 현실에 눈을 돌려 범죄자에 대한 직업알선이나 갱생보호프로그램 등 범죄자가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등한히 한 채로, 보호감호라는 이름으로 범죄자를 장기간 격리하는 데에만 몰두한다면 이는 범죄자의 교정교화라는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서는 재범방지라는 형사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도 없다.

이번 형법개정안은-특히 보호감호의 재도입은–반인권적인 강성 형벌정책을 노골화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은 오직 억압적인 구금과 격리를 통해 국가형벌권의 확장을 추구하는 위험한 정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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