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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교정사목의 버팀목 - 이재성 교도관 인터뷰

홍보부 2011-06-22 조회  1903

[2011년 6월 19일 1122호 평화신문에 실린 기사내용입니다.]

[기획] 교정사목의 버팀목, 신자 교도관들- 이재성 교도관 인터뷰
'예수님 닮은 교도관 되도록'


'빵과 우유를 받아들고 미소 짓던 수용자 얼굴이 아직도 아른거려요.'

 성심회 총무 이재성(필립보, 서울 성동구치소, 사진) 교도관은 20년 전 수용자 이감호송 중에 만난 20대 청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 청년이 자신을 교도관 이전에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수용자들을 대하도록 이끌어줬기 때문이다.

 '청송교도소로 수용자 두 명을 이감할 때였어요. 그 중 한 명이 생활고를 못 이기고 절도를 저지른 청년이었는데, 버스 맨 뒤에 앉아서 멍하니 천장만 응시하더라고요. 그에게 왜 항소를 안했냐고 묻자 쓰디쓴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그의 눈에 '당신이 더 잘 알면서 왜 묻느냐'는 원망이 가득 했어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거죠.'

 이 교도관은 절도 미수죄로 7년 이상을 복역하게 된 그에게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죄를 지은 것은 분명하지만 참으로 안타까웠어요. 그가 부모 사랑을 제대로 받고 자랐다면, 또 이웃에서 따뜻하게 감싸 안아줬더라면 과연 그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휴게소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건넸더니, 그걸 받아들고 환하게 웃어 보이더라고요.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 교도관은 그 길로 진정한 교도관의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심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신앙생활도 거의 냉담에 가까웠어요. 신학교에 가려다 마음을 접었던 터라 오히려 성당 문턱을 넘기가 더 어렵더라고요. 교도관이 된 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주님을 멀리하며 살아왔지요. 하지만 수용자들의 아픈 눈빛을 볼 때마다 신앙적 사명감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는 수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선교하지 않는다. 다만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으로 선교활동을 갈음한다고 말했다.

 '수용자를 대할 때 큰 소리 내지 않기, 포용력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기 등 나름의 원칙이 있어요. 신자라고 굳이 밝히지 않아도 나중에 수용자들이 '교도관님, 가톨릭 신자라면서요?'하며 먼저 다가오더라고요.'(웃음)

 그는 '직업이 우선이냐, 신앙이 우선이냐'라는 난제에 부딪힐 때마다 예수님을 떠올린다고 했다.

 '예수님을 닮은 교도관이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영어의 몸이 된 사람들,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 회개가 필요한 사람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진정한 교도관으로 살 수 있겠죠.'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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