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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이 여름에 우리가 누리는 자유

홍보부 2014-07-09 조회  1251

2014. 07. 06발행 [1272호]
 
[신앙단상] 이 여름에 우리가 누리는 자유

이승하 프란치스코(시인, 중앙대 교수)


초복은 아직 멀었고 소서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덥다. 선풍기가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고 있는데도 많은 사람이 식당 같은 데 가서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요구한다. 전기 수급이 어렵거나 말거나 지금 당장 시원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조급함이 에어컨의 찬바람을 쐬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재소자들이다. 기온이 30℃가 넘든 40℃까지 육박하든 선풍기로만 더위를 식히는 곳이 교도소다. 지난 5~6년 동안 서울 시내 몇 군데 교도소와 춘천교도소에 가서 ‘시 창작’ 혹은 ‘시 치료’라는 재능기부를 하였다. 교통비와 한두 끼 식사비 정도의 보수만 받고도 흔쾌히 달려간 이유는 학생들을 지도할 때 이상으로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장기수들도 많이 보았지만, 그들 중 이른바 ‘범죄형 얼굴’을 가진 이는 보지 못했다. 성장 환경이 불우하여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이들, 학교 선생님들의 칭찬을 들어보지 못한 이들, 사회에 나가 정당한 대우를 받아보지 못한 이들이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들은 가장 가까운 부모 형제나 일가친척 중에서 관심을 두고 보살펴준 이가 별로 없었다. 부모의 이른 이혼과 남들보다 부족한 교육, 안 좋은 친구들과의 교류는 이들에게 욱하는 성미를 주었고, 소외의식이나 외로움은 사회에 대해 반항심을 갖게 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이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다면 재범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면 다시 좌절하거나 절망하게 되었고, 같은 범죄를 또다시 짓고 들어오면 그때는 전보다 형량이 느는 것이었다.

어느 여름, 이들에게 지금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팥빙수, 아이스크림, 수박 화채, 찬 맥주…. 교도소 바깥에서 사는 우리는 만 원짜리 한 장만 있으면 실컷 맛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짧으면 3년이나 5년 동안, 길면 15년이나 20년 동안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어떤 이는 보신탕을 말했고 어떤 이는 멍게와 해삼을, 어떤 이는 광어회 한 접시를 말했다. 

“난 뭐 그런 비싼 것 바라지도 않아. 자장면 곱빼기로 한 그릇 먹어보고 싶다, 정말.”

“야, 난 분식집에 가서 김밥 한 줄이랑 라면 한 그릇이면 돼. 보글보글 끓는 면 위에 파 송송 썰어 넣고 달걀 하나 풀어 넣고.”

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자니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더니 한마디 했다. 

“시인 교수님! 다음에 오실 때 빵 좀 사다 주실 수 있습니까?”

“아 뭐 그 정도야….”

“소보루빵 안 먹어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나는 소보루빵, 크림빵, 단팥빵을 큰 비닐봉지에 터지도록 넣고 다음 주에 방문하였다. 그분들의 얼굴에 번지는 황홀한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햐! 소보루빵 십 년 만에 처음 먹어보네.”

“난 이 크림빵 십오 년 만에 처음 먹어봐.”

영화 「7번 방의 선물」을 본 관객은 알겠지만 몇 평 되지도 않는 감방에서 재소자 7, 8명이 웅크리고 잔다. 여름에 어디 가서 에어컨을 시원하게 안 틀어준다고 화를 내지 말자. 무려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 여름을 뜨거운 벽 안에서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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