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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재소자 발에 입맞춘 '착한 종'

홍보부 2015-04-09 조회  985

재소자 발에 입맞춘 ‘착한 종’

프란치스코 교황, 교도소서 주님 만찬 미사… 발씻김 예식 거행
죽기까지 자신을 낮추신 그리스도의 사랑 보여줘
발행일 : 2015-04-12 [제2939호, 7면]

 ▲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일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한 여성 재소자의 발에 입을 맞추고 있다. 교황은 이날 교도소에서 주님 만찬 미사를 봉헌하며 12명의 재소자와 한 어린이의 발을 씻겨줬다. 【CNS】
【바티칸 CNS】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일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를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 내 ‘우리의 아버지 경당’에서 재소자들과 함께 봉헌했다. 교황은 발씻김 예식에서 12명의 재소자와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한 어린이의 발을 씻겨줬다. 교황이 발을 씻겨준 어린이의 어머니는 레비비아 교도소 재소자다. 

교황은 재소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모습을 통해 예수가 세상을 더없이 깊이 사랑했음과 세상 모든 이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자신을 죽기까지 낮췄다는 진리를 감동적으로 보여줬다.

주님 만찬 미사에는 재소자 300여 명, 교도관, 자원봉사자들이 참례했다. 미사가 시작되는 엄숙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미사 참례자들은 교황을 가까이에서 본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교황을 향해 몸을 기울여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거나 박수를 치는 이들도 있었다. 

교황은 미사에서 “예수님은 어떤 한계도 없이 우리를 사랑하셨고 그 사랑은 세상 끝까지 한결같이 이어진다”며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우리에게 새 생명을 주시기 위해 당신 생명을 버리셨다”고 말했다. 

교황은 짧은 즉석 강론에서 최후의 만찬 중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행위에 담긴 의미와 그 중요성을 설명했다. 예수가 공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포장된 도로가 없어 손님의 신발에는 더러운 먼지가 많이 묻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집주인은 종을 시켜 손님의 발을 씻겨주는 것이 당시의 관례였다. 

교황은 “예수님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않고 제자들의 발을 손수 씻겼고 제자들은 이 같은 예수님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에게 봉사하고 우리를 치유하기 위해 우리의 종이 되셨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12명의 재소자가 발씻김 예식에 초대된 것은 12사도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교황은 이와 관련 “발씻김 예식에 참여한 12명의 남녀 재소자들은 레비비아 교도소에 수감된 2100명의 재소자 전부를 대표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미사에 참례한 재소자들에게 “주님께서 나의 더러움도 깨끗이 씻겨주셔서 여러분들의 더 착한 종이 되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 교도소 운동장에 설치된 금속 바리케이드를 따라 서 있던 수백 명의 재소자들은 교황이 교도소 안으로 들어오자 “프란치스코”를 연호하면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교황은 차에서 내려 교도소의 커다란 콘크리트 장벽을 뒤돌아보고는 재소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환호에 답했다. 교도소 마당에 나오지 못한 재소자들은 육중한 보안 장치가 달린 유리창 안에서 교황을 열렬히 환영했다. 

재소자들 수십 명은 손에 나무로 만든 묵주를 들고 교황에게 축복을 청했고 교황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재소자들을 안아주고 악수를 나눴다. 재소자 중에는 교황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 속 가족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하는 이도 있었다. 

미사가 끝나고 교황이 경당 밖으로 나가려 하자 한 번이라도 교황의 손을 잡으려는 인파로 통로가 순간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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