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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용서' '용서와 화해만이 치유하는 힘'

교육홍보 2008-10-28 조회  2168

살인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과 용서의 과정 그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용서와 화해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분노를 승화시키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27일 오후 명동 성당 꼬스트홀에서는 다큐 영화 '용서, 그 먼 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의 시사회가 열렸다. 강당을 가득 메운 천주교 관계자들과 신도들은 2시간 여 이어진 시사회를 시종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숙연히 감상했다.

'용서, 그 먼 길 끝에 당신이 있습니까'는 지난해 12월 'SBS스페셜'이 성탄특집으로 방송한 다큐멘터리로, 내달 6일 압구정과 강변 CGV에서 2주 예정으로 상영에 들어간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에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 등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제작진이 2년에 걸쳐 유족들의 분노, 용서 과정의 고통, 희망의 발견 등을 담았다.

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영화는 피해자 가족들이 종교의 힘에 상당 부분을 의지하며 아픔을 치유하려 노력하고 나아가 가해자를 용서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사회 직후 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의 이영우 신부는 '우리 사회는 그동안 살인 사건이 터지면 호기심 차원에서 잠깐 피해자들의 고통을 바라볼뿐, 실제로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고 또 시간이 지나면 그 아픔을 잊고 지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듯 그 아픔은 되물림되거나 점점 심해지고 있다'면서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위해 과거와의 고통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 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는 미국에서 매년 열리는 사형수 부모와 피살자 유가족이 함께 하는 '희망 여행'을 조명하고, 마음 깊이 응어리진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끼리의 모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유영철에게 어머니와 아내,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고정원 씨가 두 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영철을 용서하고 사형제 폐지 운동에 앞장선 모습도 조명한다.

몇 번을 죽으려 했다는 고씨는 '용서해주고 나니 죽음의 시간이 가셨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SBS 조욱희 PD는 '혹시라도 이 영화가 사형제 찬반 논의를 일으키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전제한 뒤 '국내에서 살인 사건이 한 해에 1천 건씩 일어나고 있다. 세상은 불완전하고 범죄는 계속 발생하는데 피해자들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그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고(故) 배경은 씨의 부모도 참석했다. 이들 역시 영화에 출연했다.

이 부부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딸을 위해 은연 중에 함께 기도라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좋은 마음으로 영화에 출연했다'고 밝혔다. 이영우 신부는 '용서의 힘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용서와 화해만이 내 자신을 치유하는 힘이 아닌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극장 개봉 수익금은 전액 범죄 피해자 지원 기금으로 기부되며,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김혜수 역시 출연료 전액을 범죄 피해자 지원기금으로 기부했다.

조욱희 PD는 '극장 개봉을 위해 TV에서는 어쩔 수 없이 빼야했던 종교적인 부분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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