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NEWS

교정사목소식

[가톨릭신문] 출소 후 철판요리전문점 열어 새 삶..

교육홍보 2010-04-09 조회  2533

[▲사진설명

1. 신재웅 씨가 철판을 뜨겁게 달궈 해산물을 볶고 있다. 신 씨는 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주님 사랑을 마음에 새기며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2. 신재웅 씨가 개발한 ‘고래등’의 주요리, 모듬철판볶음.

3. 신재웅 씨가 ‘고래등’을 찾은 서울 교정사목위원회 식구들과 봉사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0년 04월 04일[제2691호,18면]자 기사내용입니다.

[부활 르포]Ⅱ. 부활하고 싶습니다 - 출소 후 철판요리전문점 열어 새 삶 사는 ‘춤추는 오너 셰프’ 신재웅 씨“부활 준비 마친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두 번의 좌절, 그리고 수감
교도관 통해 성경 접하고 필사하며 눈물로 통회
갖은 노력 끝에 식당 개업
힘든 일에도 늘 만족하며 사랑·봉사 실천의 삶 다짐

예수님은 알고 계셨다. 걸어가야 할 십자가 길의 고통.

그분은 두 번 넘어지셨다. 십자가 위에서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냐며 괴로워하셨다.

그러나 마침내 부활하시어 세상을 구하시고는 제자들을 찾아와 물으셨다. “평안하냐?”



2010년 3월. ‘회개한 죄인’ 신재웅(스테파노·47)씨가 대답한다.

“네. 평안합니다!”

■ 춤추는 오너셰프(owner chef)

불판이 뜨겁게 탄다. 10년간의 수감생활 끝에 출소해 얼마 전 철판요리전문점 ‘고래등’을 연 오너 셰프 신재웅 씨의 어깨가 들썩인다. 기름을 붓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해산물을 신나게 볶는다. 뜨거운 기름에 겉은 바삭, 속은 탱탱하게 잘 익은 새우가 춤을 춘다. 낙지 다리가 꿈틀거린다. 그 모습에 프라이팬을 든 셰프의 손놀림이 더욱 분주해진다.

숨죽이며 부활을 기다리던 사순시기는 이제 끝났다. 만개할 준비를 마치고 이제 첫 봉오리를 터뜨린 꽃처럼, 신 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부활 준비를 마친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30대 중반의 나이에 신 씨는 넘어졌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던 신 씨의 회사에 부도가 났다. 걷잡을 수 없이 부채가 늘어 신 씨는 어쩔 수 없이 철창신세를 졌다. 수감생활에 대해 묻자 신 씨가 답했다.

“잘 기억이 안나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어두운 방안에 웅크리고 있던 기억뿐입니다.”

처음 수감됐을 때, 신 씨는 어떻게 해서든 빨리 출소해 보란 듯이 재기할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무너진 회사와 가정, 그리고 자존심을 회복해야겠단 마음뿐이었다. 자신을 뒤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모든 것이 남의 탓이었기에 그는 다시 유혹에 빠졌다. 몇 년간의 수감을 마치고 출소한 그는 돈을 벌기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땐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남을 속이는 일도 쉬웠지요.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짓밟았어요. 그러다 결국 동업자의 배신으로 다시 수감생활을 하게 됐죠.”

잃어버린 것들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신 씨는 절망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왜 또다시 넘어져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절망한 신 씨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꽉 쥔 주먹을 펼 수가 없었다. 결국 신 씨는 2년간 진주에 있는 의료교도소에서 약물치료를 받았다.

“약물로도 제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없었습니다. 약을 먹어도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소용이 없었습니다.”

뜬눈으로 밤낮을 지새우길 수개월. 신 씨는 비로소 처음으로 ‘기도’란 것을 했다.

“신을 알지도 못했던 제가 저도 모르게 기도를 했습니다. ‘지금의 이 고통에서 구해주시면 앞으로 말씀대로 살겠습니다’하고요.”

얼마 후 신 씨는 자신과 가까이 지내던 교도관으로부터 성경책을 건네받았다. 신 씨는 고통을 떨쳐버리고자 노트에 성경필사를 시작했다. 모든 것을 잊고 싶어 오로지 말씀에만 집중했다.

“성경 말씀 속에 진리가 있었습니다. 자연히 주님을 만나게 됐어요. 성경을 필사하다보면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이 있어요. 그것이 꼭 주님께서 저에게 하시는 말씀 같았어요. 필사를 하다 눈물 흘리며 회개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복수해야겠다는 마음,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마음이 조금씩 사라졌다. 약물에 의지해야만 가까스로 잠을 청할 수 있었던 괴로운 마음도 누그러들어 ‘말씀’만으로도 잠들 수 있었다고 했다.

■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버려라

“기적이었어요. 그런 기적은 신앙의 힘이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신 씨는 주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또다시 유혹에 빠졌을 거라고 했다. 성경 필사본을 봉헌하고 출소하던 날 새벽, 오갈 데 없는 신 씨를 마중나왔던 이들은 대전 교정사목위원회 강창원 신부를 비롯한 수녀님과 봉사자, 그리고 신 씨의 친구들이었다. 신 씨의 친구들은 또다시 잘못된 방법으로 돈을 벌자고 유혹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한번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신 씨에게 접근했다. 그때 신 씨는 사탄의 유혹을 분간할 줄 아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선과 악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자유의지라는 것도 깨달았다. 신 씨는 선을 택했다. 돈을 버는 것도, 세상의 성공이란 것도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절절히 느꼈다고 했다.

이후 신 씨는 신부님의 도움으로 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이영우 신부) 출소자 쉼터 ‘평화의 집’에서 지내며 밤낮으로 일했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꿈꿔왔던 ‘요리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스스로 만든 행복한 음식을 이웃에게 대접해 행복을 전하는 요리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술·담배를 끊고 학원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한 걸음씩 꿈을 향해 나갔다. 하루 2~3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지만 다시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 기쁨과희망은행의 도움으로 철판요리전문점 ‘고래등’을 연 첫 날, 신 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매일매일 기적을 체험하게 해 주시는 주님의 은총에 한없는 감사를 드리며 “성경 말씀대로 살겠다는 초심을 지키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주님 사랑을 마음에 새기며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새벽, 시장으로 달려가 싱싱한 해물재료를 구입하고,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정성을 다한 덕에 ‘고래등’은 입소문을 타 개업 3개월 만에 서울 석관동 일대 ‘맛집’ 반열에 올랐다.

신 씨는 봄이 오면 마을 어르신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일 생각이라고 했다. 가장 보잘 것 없던 시기에 가장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니, 그 사랑을 보답하는 길은 사랑을 베푸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앞으로는 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함께 계시는 주님과 함께 사는 삶이란 것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란 말씀대로 빛의 삶을 살겠습니다.”

신 씨가 거울 앞에 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웃는다. 자신을 향한 웃음, 봄빛에 신 씨의 얼굴이 반짝인다.

임양미 기자 (sophia@catimes.kr)
Copyright (c) 2008 CATHOLIC TIMES All rights reserved.
  •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