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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 사형제도폐지기원 생명·이야기 대구 콘서트

홍보부 2012-10-31 조회  2331

2012 사형제도폐지기원 생명·이야기 대구 콘서트

제도적 살인 막자는 간절한 외침 울려 퍼지다

발행일 : 2012-11-04 [제2818호, 9면]
 
 
우리 가운데 똬리를 틀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몰아내고 제도적 살인을 막자는 간절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10월 26일 오후 7시, 대구 삼덕젊은이성당에서 열린 ‘2012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 - 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는 생명수호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다시금 일깨우는 장이었다.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영호 신부)와 삼덕젊은이본당(주임 배상희 신부)이 주최하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공지영 작가를 비롯해 사제밴드 ‘기쁨과 희망’, 이한철 밴드, 자전거탄풍경, 가수 시와 씨등이 출연, 사형제도 폐지의 당위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와 노래로 풀어 나갔다.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는 15년 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인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도 완전한 사형폐지국가가 되길 바라는 뜻을 모으고자 2008년부터 열리고 있다. 올해는 지난 9월 21일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후 두 번째 공연이다.

인간 생명 누구도 침해할 권리 없어

◎… 이날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함께해 생명을 지켜나가야 할 교회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사형수들의 가족들과 살인피해자 가족들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헌신하고 있는 ‘사형수들의 대모’ 조성애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를 비롯해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성은 신부 등 현장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힘을 쏟는 이들도 함께했다. 특히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의해 어머니와 아내, 아들을 잃고도 대법원에 유영철의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낸 고정원(루치아노)씨도 참석, 사랑과 용서로 하느님 말씀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

조 대주교는 이날 행사에서 “이런 자리를 계기로 인간 생명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귀하고 천부적인 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더욱 퍼져 나갔으면 한다”며 “이 세상이 사형과 죽음이 없는 기쁨과 희망의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야기·노래로 공감의 여울 형성

◎… 이번 공연은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열정적인 무대로 참석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야기와 노래를 통해 전해지는 울림은 저마다의 가슴에 깊은 공감의 여울을 만들어 나갔다.

대구대교구 사제밴드 ‘기쁨과 희망’의 주요한 신부(효성중학교 교목실장)는 “사형제도는 생명의 주인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명백한 죄악”이라며 “결국 그 해결책은 죽임이 아닌 ‘사랑’으로, 버림받은 사람을 위해 이 사회가, 그리고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기도해야 흉악범죄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수 시와 씨는 “이 자리에 오신 분들 가운데 마땅히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오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생각조차 하지 못한 분들도 계실 듯하다”며 “이제부터라도 사형제 폐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무엇 때문에 그런지 의심해 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명의 문화 저변 넓히는 계기”

◎… 공연 시작 전부터 몰려든 인파로 공연장인 삼덕젊은이성당은 일찌감치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들 간에 기분 좋은 실랑이가 일어나기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생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배광호(베네딕토·40·대구 삼덕본당)씨는 “사형제도가 범죄를 줄이는 데에 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공론화될 정도”라며 “이런 공연을 통해 많은 이들이 그 문제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이웃종교인과 타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해 생명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비신자이면서도 아들 등과 공연에 함께한 권태순(65·대구 본리동)씨는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난생 처음 천주교 성당을 찾았다”며 “사람을 죽이는 우리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 안방훈(마르타·48·대구 성정하상본당)씨, 동생 백종휘(비오·효성초 2)군과 공연을 지켜본 백소혜(루미나·효성초 6)양은 “지금까지 한 번도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 사형제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대건 안드레아) 사무국장은 “올해 여러 가지 참혹한 범죄들이 많이 발생하면서 사형집행을 재개해야 한다, 사형제도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하느님의 가르침,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가슴에 품고 있는 그리스도인의 정신으로 흔들림 없이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상덕 기자, 우세민 기자>

▲ 대구대교구 사제밴드 ‘기쁨과 희망’이 아름다운 성가를 선보이고 있다.

▲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에 참석한 이들이 ‘대한민국은 사형폐지국’이라 적힌 팻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 이날 참석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앞줄 가운데)가 공연을 즐겁게

관람해 달라는 사회자의 멘트에 응답하고 있다.

▲ 이한철 밴드가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콘서트를 찾은 이들이 참가자들의 열정적인 무대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 공지영 작가가 이야기하는 ‘사형제도’

사회적 약자 바라보는 태도부터 변해야

▲ 공지영 작가는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가슴 아픈 비복음적 생명경시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월 26일 열린 ‘2012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 - 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 대구공연에서 공지영(마리아·50) 작가는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 흉악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대건 안드레아) 사무국장과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이야기 콘서트에서 공 작가는 “히틀러는 ‘불행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장애인들의 거세수술을 진행했고, 결국에는 유다인 말살 정책으로 이어졌다”며 “효율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절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형수 역시 사회적 약자로서, 제도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피력했다.

공 작가는 “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의 모든 문제들을 히틀러 한 사람만의 문제로 생각하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1915~1968)신부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인류는 가지와 열매가 서로 이어진 나무처럼 연결돼 있고, 세상의 악은, 우리들의 나쁜 욕망이 히틀러와 같은 이에게 맺힌 그런 상황이라는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물론 흉악범들은 나쁘고, 빨리 잡아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우리 마음속에 있는 사회적 약자를 보는 시선들이 거기에 맺힌 결과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자세가 아닐까요.”

공 작가는 자신의 유명한 작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5)을 준비하면서 처음 사형수들을 접했고, 9년 동안 만남을 이어가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중한 존재라고 밝혔다. 공 작가는 “절대로 흉악범죄를 저질렀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이 많고 순수하고 눈물도 많다”고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살인피해자 가족을 만나는 자리에서 사시나무 떨듯 힘들어하는 그들을 보며 인간에 대한 신뢰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생명은 인간의 소관이 아닙니다. 몹쓸 짓을 저지른 사람을 가두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명을 빼앗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적어도 생명만큼은 우리가 손댈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겸손함을 갖는 것이 그나마 우리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세민 기자>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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