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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법의 이름으로 행하는 살인, 사형 폐지해야

홍보부 2012-11-15 조회  2253

2012. 11. 11발행 [1190호]
법의 이름으로 행하는 살인, 사형 폐지해야
 
'사형폐지의 날' 세미나, 주교회의 사형폐지소위 등 14개 단체 주관

현재 우리나라는 14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속한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사형제도가 남아 있어 언제든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형폐지를 위한 세미나에서 발표자들은 "법의 이름으로 행하는 살인인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인태(민주통합당) 의원이 주최하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폐지소위원회ㆍ천주교 인권위원회 등 14개 단체가 주관한 세미나는 원래 매년 10월 10일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기해 열렸으나 올해는 국정감사 등으로 미뤄져 이날 열린 것이다. 세미나에 앞서 로비에서 열린 전시회에는 사형폐지 관련 포스터 60여 점이 걸렸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수원교구장)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요즘 사형제도를 부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각종 범죄 증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빈곤과 인성교육 부재, 이기주의 등에 기인하기에 사회의 연대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가입조건이 사형제 폐지라고 언급한 토마스 코즐로프스키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는 축사에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한국의 움직임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이 사형제 폐지를 통해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지향하는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요 발표내용을 정리한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 사형폐지를 위한 포스터 이미지. 제공=천주교 인권위원회



▨기조발제 : 사형폐지의 근거와 대안(김형태 변호사, 사형제폐지범종교연합 집행위원장)
 
사형은 범죄 예방이나 억제 효과가 없다. 사형제도와 살인율의 상관관계에 관한 가장 최근의 연구조사는 유엔(UN)이 1988년과 2002년 실시한 것이다. 당시 유엔은 "사형제도가 종신형과 같이 그 위협도가 떨어진다고 간주하는 다른 형벌에 비해 살인 억제력을 가진다는 가설을 수용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자세"라고 발표했다.
 
최근 사형폐지국의 범죄수치를 볼 때도 사형제 폐지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은 입증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살인에 대한 사형을 폐지하기 직전인 1975년을 기점으로 인구 10만 명당 살인율이 계속 감소했다. 1975년 3.09명이던 것이 1980년대는 2.41명, 2003년에는 1.73명으로 줄었다. 사형을 폐지한 1975년에 비해 44%나 감소했다.
 
오판 가능성도 있다. 사형제도가 존재하는 한 무고한 사람을 사형할 위험성은 절대 없앨 수 없다. 국내에는 인혁당 사건과 김기웅 순경,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 등이 대표적 오판이다. 미국에는 1973년 이후 107명의 사형수가 판결 후 새로운 증거가 발견됨에 따라 석방되기도 했다.
 
2000년 미국 일리노이주는 모든 사형집행에 대해 유보를 선언했는데, 이 같은 결정은 1977년 일리노이주에서 사형집행이 재개된 이래 오판에 의한 사형자가 13명(전체 25명 중 절반 이상)이나 된다는 발표에 따른 것이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일반국민 93%가 법원이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상근자는 99.2%, 언론인은 94%에 달했다. 법관들조차 69.9% 오판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사형제도가 오판으로 인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사형제도 폐지는 전 세계적 움직임이기도 하다. 1848년 산마리노가 세계 최초로 사형제를 폐지했고, 스웨덴은 1921년, 이탈리아는 1947년, 프랑스는 1981년, 아르헨티나는 1984년, 아프리카 부룬디와 토고도 2009년 각각 사형제를 폐지했다. 유럽연합 등 96개국이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폐지했다. 사실상 사형폐지국도 35개국에 이른다. 반면 사형존치국(2011년 12월 31일 현재)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58개국뿐이다.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사형폐지를 위한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형제도 범죄예방ㆍ억제효과 입증 안돼
오판으로 무고한 생명 앗을 위험 고려해야
세계 2/3 이상 국가 사실상 사형폐지국
한국 '사실상 사형폐지국'... 법도 폐지를



▨토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박진옥 사무국장 직무대행은 토론에서 "사형폐지를 향한 전 세계적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며 "2011년말 기준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140개국"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2/3 이상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있다는 뜻이는 것이다.
 
박 직무대행은 "주요 사형존치국인 미국과 중국에서조차 지난해 사형폐지를 향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인간 생명의 존귀함은 절대적이며 그 누구도 생명을 박탈할 권리를 가질 수 없다는 원칙이 수많은 국가들 사이에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과학기술대 이덕인 교수는 "한ㆍ중ㆍ일 세 나라 사형제도를 살펴보면, 유교에 기반을 둔 아시아적 가치관이 사형제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세 나라는 당장 사형제도 폐지가 쉽지 않기에 사형제도 유예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는 "최근 성폭력 관련 언론 보도가 5배 이상 늘어난 것은 시민-언론-정치 삼각연대를 통한 '형벌포퓰리즘 징후'"라며 "형벌포퓰리즘 수혜자는 언론과 정치권이고,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언론의 선정적 보도와 정치권의 표를 의식한 발언은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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