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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

홍보부 2013-11-06 조회  1671

[가톨릭 쉼터]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

죽음의 문화 걷어낸 생명 평화의 노래·이야기…
부산 정평위·중앙주교좌본당 주최
손삼석 주교 등 참석, 생명 인식 나눠
“올바름과 사랑 넘치는 세상 되기를”
발행일 : 2013-11-03 [제2868호, 9면]

 

 

 ▲ 사형제도가 그리는 죽음의 그림과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와 노래로 풀어나간 ‘생명·이야기 콘서트’ 참가자들이 ‘대한민국은 사형폐지국’이라 적힌 종이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3. 가을. 풍경.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소중한 풍경’ 한두 가지씩을 품고 산다. 소망, 갈망, 염원, 소원, 희망, 미래 등으로 부르는….

그 풍경에 ‘아름다운 기억’이 비쳐져 순간순간 감동으로 되살아날 때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 행복한 풍경에 주님이 계실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라고 하고 사랑이라고도 한다.

하느님 나라를 체험한 행복한 이들이 엮어내는 ‘평화의 소리’가 남도의 한 자락 부산에서 메아리쳤다. 또 하나의 사랑의 기억을 만들며.

나눔이 있는 풍경

10월 25일 오후 7시, 부산교구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2013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 in 부산’은 우리 가운데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죽음의 음산함을 걷어내고 생명의 풍경을 색칠한 행사였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동화 신부)와 중앙주교좌본당(주임 백성환 신부)이 주최하고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저자 공지영(마리아·51) 작가를 비롯해 김성은 신부(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 예비수녀 합창단과 가수 시와, 백자 등이 출연, 사형제도가 그리는 죽음의 그림과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와 노래로 풀어 나갔다.

이날 행사에는 부산교구 손삼석 주교를 비롯한 많은 성직·수도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하며 생명의 선포자인 교회가 이 세상에서 그려가야 할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사형수의 가족들과 살인피해자 가족들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헌신하고 있는 ‘사형수들의 대모’ 조성애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를 비롯해 부산교구 교정사목위원회 원정학 신부, 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운영위원장 김형태 변호사 등 삶과 죽음이 수시로 교차하는 일선 현장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힘을 쏟는 이들도 함께했다.

손삼석 주교는 이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지켜야 할 대원칙은 인간의 생명은 오직 하느님께만 달려 있다는 진리”라며 “생명의 고귀함이 많은 이들에게 확산돼 올바름과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10월 25일 부산교구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2013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 모습.

이야기·노래로 공감의 여울 형성

이날 행사는 시종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강렬한 생명의 터치를 통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야기와 노래를 통해 전해지는 생명의 울림은 저마다의 가슴에 깊은 공감의 여울을 만들어 나갔다.

특히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 예비수녀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고운 선율로 사랑을 이야기하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생명의 무대에 오른 가수 시와씨는 “사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난무하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징후”라며 “인간이 만든 병으로 세상이 오염되고 그 오염된 세상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다시 병들게 하는 악순환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야기손님으로 함께한 숙명여대 홍성수 교수(법학부)는 “형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공동체가 건강하게 회복된다면 범죄를 꿈꾸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김성은 신부(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는 “범죄자들로 향하는 분노를 승화시켜 다른 패러다임으로 건너갈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결국 죽임이 아닌 ‘사랑’으로,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다가설 때 흉악한 범죄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이 있는 풍경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함께한 이날 행사는 생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독서논술 교사로 초·중등학생 제자들과 행사에 참가한 조보고파(아가다·53·부산 토현본당)씨는 “사형제도는 생명 그 자체이신 하느님을 거스르는 인간이 만들어 낸 치명적인 죄악”이라며 “사형수는 결국 우리 사회구조가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사회에 교화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과 행사장을 찾은 부산가톨릭대학교 김동윤(율리아노·23) 신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본 적은 있지만 사형 문제를 직접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처음”이라며 “일부 소수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사형제도를 둘러싼 일에 투신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생명문제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신자들이 함께해 생명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임하은(아녜스·7)·주은(그라시아·5)양 등 두 딸의 손을 이끌고 공연에 참가한 유은아(보나·45·부산 중앙주교좌본당)씨는 “아동 성폭력 등 흉악한 범죄들 때문에 사형제도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이 행사를 통해 생각이 바뀌게 됐다”면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극단적인 우리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생명지킴이’로 활동하는 공지영 작가

“생명 향한 일상의 작은 실천 중요”

“‘너희는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 36)는 성경 말씀대로 살 뿐입니다.”

10월 25일 열린 ‘2013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평화를 말하다 생명을 노래하다 in 부산’에서 이야기손님으로 나선 공지영(마리아·51) 작가는 “돈이나 효율이라는 척도로만 생명을 다루면 모든 가치가 전도될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생명지킴이로 나선 공 작가는 “히틀러는 ‘불행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효율만을 추구함으로써 세상이 어떻게 지옥으로 변해가는지 똑똑히 보여주었다”며 “효율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는 절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형수야말로 사회적 약자로서, 주님이 말씀하신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설을 준비하며 지난 2003년 처음 사형수들을 만난 것이 계기가 돼 10년째 교정사목 봉사자로 활동해오고 있는 공 작가는 ‘인간’, ‘생명’, ‘하느님의 모상’ 등의 단어를 거의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사형수들을 만나며 오히려 나 자신이 교화돼 변화되어 가는 놀라운 체험을 하고 있다”고 밝힌 공 작가는 “더디지만 확연히 변화돼 가는 사형수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어진 존재임을 확신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촛불 하나로 커다란 가마솥을 데우는 느낌이지만,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날 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가마솥이 끓듯 세상도 바뀌게 됩니다.”

생명을 향한 일상에서의 조그만 실천들을 강조한 공 작가는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태도나 눈길이 바뀔 때 우리 사회도 하느님 보시기에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은 인간의 소관이 아닙니다. 생명만큼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 외에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겸손함을 회복하는 것이 생명의 영토를 넓혀 나가는 지름길입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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