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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 [테마기획] '나는 행복한 사형수'

홍보부 2014-04-15 조회  1624

▲ `행복한 사형수` 배정수(세례명 요아킴)씨가 사순 특강을 하고 있다.















[앵커] 그리스도 수난에 동참하며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 시기도 어느덧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살인범으로 한 때 사형수의 삶을 살다 참회와 속죄를 통해 출소 후 은총의 새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분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윤재선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성당 가득 복음 성가가 하모니카 선율에 실려 울려 퍼집니다. 

특강을 시작할때면 사형수였던 그때와 다름없이 늘 하느님께 찬미와 찬송부터 드린다는 배정수 요아킴씨. 

사형수의 삶이 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1년 12월. 

예기치 않은 말다툼 끝에 친척뻘되는 교장 노부부를 살해한 죄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아내와 어린 딸 둘을 둔 서른 살의 가장인 그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겁니다. 

24시간 수갑을 찬 채로 사형수의 삶을 살아야 했던 그에게 교도소 안의 세상은 죄책감과 두려움, 불안감으로 가득찬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동료 제소자가 십자성호를 긋고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불현듯 기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는 배정수 요아킴씨. 

“주요 기도문부터 시작해서 묵주의 환희의신비,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 등을 알려주더라구요. 그걸 살고 싶은 마음에 궁하면 통하듯이 하룻밤에 다 외웠습니다. 그때부터 기도하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사형수의 새벽은 그때부터 주님께 드리는 찬미와 찬송, 기도와 묵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런 그에게 동료 제소자들이 붙여준 별명은 ‘수사 배정수’ 였습니다. 

“ 어떤 동료들이 보면서 천주교에 열심하고 하느님의 뜻에 부합되는 삶을 사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름하고 안 어울리니까 부르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은근히 좋았습니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고 하느님과 그만큼 가까이 있다고 인정해주는 것 아닙니까? 

생명을 거두어가는 그 순간까지 죄인인 자신과 함께 해 달라고 하느님께 간청하고 애원했다는 배정수 요아킴씨. 

“다시한번 재생의 삶을 주신다면 주님의 뜻에 부합하는 사랑의 삶을 살겠노라고, 계명도 지키겠노라고, 교도소안에서 평생 살아도 좋으니까 사형만은 면해달라고 하느님께 울부짖었습니다. ” 

하느님께 드린 서원 덕분이었을까? 

사형수에서 무기징역수로, 2003년 8월 15일엔 징역 20년형으로 감형되기에 이릅니다. 

그에게 희망을 심어준 또다른 사람. 

항소심에서 무료 변론을 마다하지 않았던 배기원 알폰소 변호사입니다. 

대법관을 지낸 그를 영적 아버지이자 양아버지로 삼으면서 그렇게 대법관과 사형수의 만남은 ‘은총’의 끈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분은 날개만 안 달렸다뿐이지 천사분입니다. 제가 사형수때 무료 변론하시면서 접견장에 가면 항상 하느님 말씀안에서 힘과 용기를 가지고 기도하자, 분명히 살 수 있다고 항상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주시고” 

20년 간의 교도소 생활. 

성경을 세 차례나 필사하면서 말씀의 은총속에 살 때가 가장 행복했다는 그는 기도의 무게는 빈손이어야 함을 그때 깨달았다고 합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제일 밑바닥으로 떨어져보니까 평범함 속에 소중함이 있었고 행복함이 있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기도드리고 모든 것을 비우고 하느님께 찬미와 찬송, 영광을 드리면 자연스럽게 부수적인 것들이 따라서 오는데” 


2010년 3.1절 특사로 2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지만 그에게 닥친 또다른 위기. 

두 딸을 키우며 남편의 옥바라지를 기도의 힘으로 버텨 낸 아내가 그가 출소한 지 6개월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겁니다. 

아내는 2년 6개월간의 투병 끝에 지난 2012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때 하느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아내가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기를 늘 기도한다는 배정수 요아킴씨. 

이제는 자신을 행복한 죄인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습니까? 죽음에 대해 두려움도 없고 막상 이제 하느님을 모르고 죽었으면 얼마나 두려움이 있고, 후회되는 부분이 많았겠습니까? ” 

9전 10기 끝에 버스 회사에 취직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배정수 요아킴씨는 자신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72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용서받고 싶고 그것 때문에 마음이 갑갑한게 많습니다. 두 분이 나 때문에 유명을 달리하셨기 때문에 두 분의 삶까지 나의 하루는 72시간이다 생각하면서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사형수 배정수 요아킴. 

사순 시기를 사는 참 신앙인의 모습을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다 죄인이어서 하느님앞에서 당당하게 나설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하느님 앞에 양심에 비춰볼 때 부끄러움이 없고 후회됨이 없을 정도로 노력하는 우리 자신이 되기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나” 


PBC 뉴스 윤재선입니다. 

PBC 윤재선 기자 | 최종업데이트 : 2014-04-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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