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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사형폐지 특별법 발의, 교회 생명수호 빛볼까

홍보부 2015-07-09 조회  823

사형폐지 특별법 발의, 교회 생명수호 빛볼까

발행일 : 2015-07-12 [제2952호, 1면]

여야 172명 서명 받아 유인태 의원 대표발의

유흥식 주교 “죄 용서하는 선함과 자비 필요” 

“법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려야 합니다!”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이 7월 6일 오전 국회에 제출됐다. 반생명 흐름이 짙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어떤 반향을 낳을지 주목된다.▶관련기사 3면

유인태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정두언 의원(새누리당)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의원 172명의 서명을 받은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했다”고 밝혔다. 유흥식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와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 위원 등 종교계 지도자들이 함께해 힘을 실었다. 

종교인 대표로 나선 유흥식 주교는 이 자리에서 “근본적인 반성과 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어떤 강력한 처벌로도 통제 불가능한 불법과 야만의 정글로 변할 것”이라며 “남의 탓이라며 투쟁하기보다, 종교인·정치인·온 국민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반성할 때 광란의 기차는 멈춰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톨릭교회는 강도 높은 반성과 쇄신의 각오로 용서와 화해, 섬김과 나눔의 실천을 통해 보복과 분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선함과 자비의 마음이 잔인함과 죄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변화하겠다”고 말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유인태 의원은 “국제엠네스티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140개국, 즉 3분의 2 이상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이며 사형존치국은 58개국에 불과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UN 인권이사회의 이사국이자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책임을 실천에 옮길 때”라며 “이제는 ‘법’으로 사형을 폐지할 때가 온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이제 우리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고, ‘인권선진국’의 대열에 오를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며 “이번 19대 국회가 ‘생명존중 국회’, ‘인권존중 국회’로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에 서명한 의원을 정당별로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124명, 새누리당 43명, 정의당 5명이다. 이들은 헌법 10조가 보장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법전에 가둬두지 않고 삶 속에서 구현하고자 이 법안을 준비했다. 아울러 향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최종 통과하기까지 관심과 동참을 촉구했다.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이 국회의원 과반의 서명을 받아 발의됐지만, 국회 벽을 넘어설 지는 안개에 가려있다. 앞서 제15대 국회를 시작으로 제18대 국회까지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여론의 무관심에 좌초돼 매번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국민 여론의 관심이 이번 사형제도 폐지법안의 국회처리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는 지난 2월 사형폐지 염원이 담긴 8만5637인의 서명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근영 기자 gabino@catimes.kr






한국교회와 사형제도 폐지 운동

사형제 폐지 위해 온 교회 발 벗고 나서
1980년대 말 시작… 사형폐지소위 등 중심
다방면 활동으로 ‘완전한 사형폐지국가’ 염원
제15대 국회부터 ‘사형폐지특별법’ 발의 힘써
발행일 : 2015-07-12 [제2952호, 3면]

 ▲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와 유인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여야의원들과 종교인들이 7월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기에 앞서 법안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유인태 의원실 제공)
인권 선진국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길에는 늘 한국교회가 있어 왔다.

엄혹한 독재 아래서 생명을 외치는 것은 ‘반국가’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를 마다치 않는 일이었다. ‘생명’이 선명한 깃발을 치켜들었지만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교회의 발걸음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분수령을 맞아 교회는 ‘사형제도 폐지’가 선명하게 새겨진 십자가를 앞장서 지고 나갔다. 1989년 5월 30일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창립은 이 길에서 거둔 소중한 결실이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교회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서명운동 등 조직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사형폐지운동에 있어 새로운 지형을 조성한다. 2000년 한 해 동안이라도 사형집행을 중단하자는 교회의 외침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사형폐지운동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된다. 대희년을 갈무리하던 2000년 10월, 교회가 나서 각 종단 사형폐지 운동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고 12월에는 대표자 모임이 열렸다. 이듬해 가톨릭을 비롯한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이 망라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이 발족함으로써 사형폐지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생명의 길’에서 교회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보화를 안겼다. 각 교구 교정사목 담당자들이 중심이 돼 2001년 5월 23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위)가 그것. 사형폐지를 위한 전문 위원회를 만들고 교회 전체가 이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종교는 가톨릭뿐이다. 

사폐위를 중심으로 한 사형제도폐지운동은 국내외 인권단체와 이웃종교 등은 물론 정부기관, 국제기구 등으로 연대의 폭을 넓히며 생명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그 어느 때보다 넓혀 놓았다. 매년 일본 홍콩 등 아시아지역은 물론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서구권에서 열리는 사형폐지 국제행사에 한국교회 대표를 파견해 생명운동의 외연을 넓혀오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에도 늘 교회가 선두에 서있다.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도 완전한 사형폐지국가가 되길 바라는 뜻을 모으고자 2008년부터 전국 각 교구를 순회하며 열고 있는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교회는 지난 제15대 국회(1996~2000) 때부터 제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국회 차원에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이 발의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오고 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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